태블릿 나눠줬다고 AI 교육이 끝난 건 아니다

요즘 학교마다 1인 1기기 보급에 무선망 확충, 디지털튜터 배치, 국가 AI 교수학습 플랫폼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겉보기엔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그림이다. 그런데 국회입법조사처가 13일 낸 ‘이슈와 논점’ 보고서는 여기에 조용히 물음표를 던졌다. 기기와 플랫폼을 깔아주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학생이 AI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진짜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OECD와 EU가 함께 만든 초·중등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 ‘AILit’와 국내 정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AILit는 ‘AI에 참여하기’, ‘AI로 창작하기’, ‘AI 관리하기’, ‘AI 형성하기’ 4개 영역, 19개 세부 역량으로 구성돼 있다. 각 역량은 기초·중급·심화 단계별 기대 수준과 수업 사례까지 갖춰서, 정보 과목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교과에서 두루 쓸 수 있게 설계됐다.

기술 배우기와 윤리 배우기, 따로 갈 문제가 아니다

AILit가 특히 강조하는 건 기술 이해와 사회·윤리적 판단을 나누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 확률, 편향 같은 개념을 가르칠 때 그게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를 같은 수업 안에서 함께 다룬다는 것이다. 여기에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비판적 사고, 협업, 창의성, 의사소통도 핵심 역량으로 들어간다. 학생이 AI를 무조건 써야 하는 게 아니라 쓸지 말지, 어떻게 쓸지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보고서는 국내 정책이 AI 윤리를 별도 콘텐츠나 일부 단원으로 떼어 가르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교육과 윤리교육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9년부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도입될 미디어·AI 리터러시 평가와도 맞물리는 지점이라,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손볼 때 이 통합적 접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데이터는 누가 갖고, 교사는 무슨 역할을 하나

맞춤형 학습이나 AI 교수학습 플랫폼을 돌리려면 결국 학생들의 대규모 학습데이터가 쌓인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누가 소유·통제하는지, 상업적 이용이나 프로파일링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공공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서 데이터의 공공성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며, 수집 근거부터 저장·공유·삭제 절차, 학생과 보호자의 권리까지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사의 역할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가 교원 양성과정 개편, AI·디지털 연수 확대, 정보교사 임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사를 플랫폼과 콘텐츠를 전달만 하는 사람으로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수업에서 AI를 쓸지, 어떻게 쓸지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학생의 비판적 리터러시도 제대로 자란다는 취지다. 형평성의 기준 역시 ‘기기를 나눠줬는가’가 아니라 ‘학생이 실제로 그 역량에 도달했는가’로 옮겨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AI 교육의 목표를 기술 보급에서 학습자의 역량 형성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를 집행자가 아닌 판단 주체로 전제하고 학생의 안녕과 인간 역량 격차 해소를 교육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오즈백 한 줄 정리

태블릿 한 대씩 쥐여주는 것보다, 그걸로 무엇을 어떻게 판단할지 가르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