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고서에 웬 신약 얘기?

ESG라고 하면 보통 친환경이나 사회공헌 캠페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ESG 보고서를 열어보면 분위기가 좀 다르다.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 상황, 연구비 투자 규모 같은 R&D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그동안 ESG 대응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ESG 행복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업계의 ESG 보고서 공시율은 50%로, 조사 대상 15개 업종 중 최하위였다. 다른 하나는 올해부터 금융위원회가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제약사들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신약 개발이 곧 핵심 경쟁력인 제약산업의 특성상, R&D 투자와 성과를 ESG 체계 안에 어떻게 담아낼지가 자연스럽게 보고서의 중요한 축이 된 셈이다.

회사마다 다른 R&D 색깔

메디칼업저버가 살펴본 국내 상위 제약기업 5곳의 ESG 보고서는 저마다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유한양행은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의 성과를 앞세우며 '포스트 렉라자'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대사질환, 알레르기·염증질환, 종양을 전략 질환군으로 설정하고, 2022년부터 운영해온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을 통해 총 76개 과제에 92억원(후속 지원과제 11개 연구비 포함)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한미약품은 'R&D 경영'을 표방하며 고유 플랫폼인 랩스커버리(장기 지속형 바이오 신약)와 펜탐바디(이중항체 개발) 기술을 강조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비만·대사, 표적+면역항암, 희귀질환을 제시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과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파브리병 치료제의 한국-아르헨티나 임상1/2상 승인, 뮤코다당증·파브리병의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을 들었다.

종근당은 R&D를 별도 카테고리로 다루진 않았지만,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약 2조 2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복합 R&D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질 발굴부터 비임상·임상·상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연구거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는 자회사 경보제약의 ADC 연구센터도 개소했다.

대웅제약은 AI 기반 신약개발로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 최초로 AI신약팀을 신설해 타겟 발굴부터 후보물질 최적화까지 연구 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몰큐브 등 외부 AI 신약 개발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오즈백 한 줄 정리

같은 ESG 보고서라도 제약사마다 방점을 찍는 곳이 다르다 — R&D 전략만 봐도 회사 색깔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