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유가, 다시 요동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제 유가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미·이란 양해각서 체결 이후 배럴당 90달러대였던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71.57달러, 68.55달러까지 떨어졌으니까. 그런데 딱 보름 만에 상황이 다시 급변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공격했고, 선원 1명이 실종됐다. 미국은 이번 주에만 세 번째 대이란 공습으로 맞대응했다. 그러자 이란은 "역내 미국 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해버렸다. 다행히 이 해협에 묶여 있던 국내 해운사 선박 24척 중 22척은 이미 빠져나온 상태라고 한다.
이 여파로 브렌트유는 71.57달러에서 76.01달러로, WTI는 68.55달러에서 71.41달러로 다시 올라섰다. 두바이유 역시 63.30달러에서 69.50달러까지 반등했다.
왜 이렇게까지 예민할까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여기가 막히면 공급 자체에 물리적 제약이 생기니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장태훈 박사는 지난 하락세도 사실 공급이 실제로 늘어서가 아니라, "해협 정상화 기대감"이 선물시장에 미리 반영된 결과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양측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다음 주 초 브렌트유가 80달러대로 뛸 수 있고, 충돌이 길어지면 90달러대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한다. 불과 보름 전 최고치를 찍었다가 급락했던 흐름이 그대로 반복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눈치 게임 중
타이밍이 참 애매하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7일 휘발유·경유·등유 최고가격을 L당 150원씩 내렸는데, 보름 만에 다시 올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정유사 조달 원가와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 사이 격차가 벌어져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올리면 물가 불만은 물론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신뢰도 논란까지 떠안아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충돌이 단기 공방으로 끝날지, 장기전으로 갈지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다음 주 유가 흐름이 이 모든 결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름값은 국제정세의 온도계다 — 이번엔 그 눈금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