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잘 걷히는 해엔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반도체가 잘 나가면 세금도 잘 걷힌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문제는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거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땐 법인세가 확 늘었다가, 둔화되면 세수가 뚝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가 20년 넘게 반복돼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걸 '쏠림형 포트폴리오'라고 표현했다. 한 종목에 몰빵한 투자자의 마음이랄까,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매년 롤러코스터를 타는 셈이니 속이 편할 리 없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미래대응기금'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곧바로 빚 갚는 데 쓰지 말고, 따로 모아뒀다가 미래 산업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반도체 하나에만 기대지 말고 다른 성장동력도 키워서, 장기적으로는 세수 구조 자체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자는 계산이다.
그런데 나랏빚은 이미 1345조 원
문제는 타이밍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345조 원을 넘겼고, 지난해 말보다 77조 원 넘게 늘었다. 최근 몇 년 새 국가채무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고, 올해 말엔 1400조 원, GDP 대비 채무비율은 5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래 법대로라면 초과 세수는 지방교부금 정산 후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쓰여야 한다. 그런데 이 초과 세수를 빚 갚는 대신 미래 산업 투자로 돌리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니, "곳간에 돈 들어온 김에 빚부터 갚자"는 쪽과 "미래를 위해 써야 진짜 남는 장사"라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세금 더 걷혔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세수가 늘었다는 뉴스만 보면 나라 살림이 좋아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걷었나'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걷었나'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게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반도체 하나에 울고 웃는 세수 구조를 다변화하자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 실행 방식을 두고는 재정 건전성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더 걷혀도 빚이 줄지 않는다면, 결국 '어디에 먼저 쓰느냐'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