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몸값이 왜 이렇게 됐냐면
신약을 만들려면 사람에게 쓰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바로 동물실험, 그중에서도 인간과 생체 구조가 비슷한 영장류 실험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 이 실험용 원숭이 한 마리 값이 무려 4433만원까지 뛰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찍었던 역대 최고가에 다시 근접한 수준이라니,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요는 폭발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간 것. 중국의 신약 임상시험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5000건을 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신약 관련이었다. 반면 원숭이는 사육과 번식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갑자기 늘릴 수가 없다. 현재 연간 수요는 3만 마리인데 공급은 1만 마리나 부족하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임상시험수탁기관의 사재기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 정부 조달에서도 원숭이 40마리가 마리당 3945만원에 낙찰될 정도로, 가격 상승세는 숫자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은 아예 판을 다시 짠다
같은 시기, 일본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우리 신약 개발 역량, 서구권보다 뒤처졌다"는 판단 아래 300억 엔(약 2800억원) 규모 기금을 만들어 스타트업 인프라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2028년까지 예산 대부분을 직접 대고, 나머지는 민간 제약회사 기부금으로 채우는 구조다.
이 기금은 신약 개발 스타트업들이 모여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클러스터' 조성에 우선 투입되고, 실험 시설 신축이나 노후 설비 개선, 첨단 장비 구입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전 세계 신약 개발 품목의 80%가량이 스타트업발이고, mRNA 백신 상용화에도 바이오 벤처가 핵심 역할을 했던 만큼, 일본은 그동안 부족했던 외부 지원을 이번 기회에 확 늘리려는 셈이다. 이 기금은 일단 10년간 운영한 뒤 성과를 보고 계속할지 다시 결정한다.
신약 개발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원숭이 몸값도 스타트업 지원금도 함께 치솟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