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현장에서 태블릿에 발표자 노트와 타이머가 같이 떠 있는 걸 봤습니다. 앱을 뭘 깔았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안 깔았다고 했습니다. 인터넷도 쓰지 않는다더군요. (설치할 때 정품 인증 1회만 인터넷에 연결하면, 그 뒤 발표 진행에는 필요 없습니다) 도구를 먼저 알고 만든 곳을 나중에 찾아본 셈인데, 그 순서가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을 만든 곳 — 펀트컴퍼니 소개와 현장에서 출발·해마다 갱신·한 번 구매를 적은 슬라이드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을 만든 곳 — 펀트컴퍼니 소개와 현장에서 출발·해마다 갱신·한 번 구매를 적은 슬라이드

만든 곳은 펀트컴퍼니라는 회사였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WPMS, 우리말로 하면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입니다. 발표자 노트와 타이머, 발표 화면을 여러 대의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나눠 주는 물건입니다. 들어가는 방법은 브라우저 주소 한 줄이 전부이고, 오가는 내용은 공유기 내부망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소개 문구부터 좀 달랐습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은 기능 목록부터 쭉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현장에서 겪은 문제를 제품으로 푸는 회사"라는 한 줄이 먼저 나옵니다. 알아보니 프로그램도 책상에서 기획된 게 아니라, 실제 발표와 행사 진행에서 되풀이되던 사고를 없애려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발 방향을 정하는 자리도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기능이 많은 쪽보다 언제 켜도 똑같이 돌아가는 쪽을 먼저 본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기능표 대신 계기를 앞에 세운 소개문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읽는 쪽에서는 오히려 판단이 쉬워집니다. 이 팀이 어디를 보고 손을 대는지가 한 줄로 정리되니까요.

현장에서 겪은 문제를 현장에서 풀었습니다
현장에서 겪은 문제를 현장에서 풀었습니다

버전 번호를 이름에 박아 둡니다

지금 나와 있는 건 ver26입니다. 판을 새로 낼 때마다 이 표기를 올리는 방식이라, 이름만 봐도 어느 시점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완성해서 한 번 내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들이 준 이야기로 다음 판을 만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름표 한 칸에 '아직 손보는 중'이라고 미리 써 붙여 둔 셈입니다.

숫자를 이름에 달아 두면 만든 쪽이 조금 불리해집니다. 판이 올라가지 않으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니까요. 그걸 감수하고 붙여 놨다는 건 계속 낼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ver 표기를 쓰는 이유
ver 표기를 쓰는 이유

기대하던 것과 다른 지점

흔히 예상하는 방식이 도구가 고른 방식
앱을 깔고 로그인브라우저 주소만 입력
인터넷 연결이 있어야 함공유기 내부망에서 동작
기능이 많을수록 좋다그날 안 멈추는 게 먼저
완성본을 한 번 출시ver 표기로 계속 손질

들어 보니 주로 쓰이는 자리는 학회나 예배, 기업 행사처럼 순서가 촘촘하게 짜인 곳이라고 합니다. 순서가 빡빡할수록 한 사람이 밀리면 뒤가 전부 밀리는데, 그걸 막자고 사람을 더 붙이는 대신 화면을 붙인 셈입니다.

인터넷을 안 쓴다는 게 왜 중요하냐면

행사장 무선 인터넷은 사람이 몰리면 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도구는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애초에 쓰지 않습니다. 행사장에 공유기 한 대를 세우고 그 울타리 안쪽에서만 화면이 오갑니다. 로비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찼든, 그날 회선이 어떻든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앱을 안 깔아도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발표자마다 들고 오는 기기가 제각각인데 설치부터 시켜야 한다면 시작 전에 시간이 다 갑니다. 브라우저 주소 하나로 끝나는 구조를 고른 이유가 여기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깔긴 깝니다, 딱 한 대에

설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프로그램 본체는 윈도우에서 도는 물건이라 진행을 맡은 컴퓨터에는 올려야 합니다. 다만 그 한 번으로 끝나고, 보는 쪽 기기에는 손댈 일이 없습니다. 처음 듣고 순서가 거꾸로라고 생각했는데, 따져 보면 이쪽이 맞습니다. 진행하는 컴퓨터는 한 대뿐이고 보는 기기는 여러 대니까요. 손이 가는 쪽을 한 대로 몰아 둔 구조입니다.

무대 화면을 대신 쏘는 물건은 아닙니다

이름만 보고 무대 스크린을 띄워 주는 장비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물어보니 그쪽이 아니라 모니터링 쪽이었습니다. 발표자와 진행석, 통역석이 각자 봐야 할 화면을 챙겨 주는 도구라고 보면 맞습니다. 무대에 걸리는 큰 화면은 쓰던 장비가 그대로 맡고, 이건 앞뒤에서 사람이 들여다보는 작은 화면들만 담당합니다.

이 선을 헷갈리면 기대가 어긋납니다. 무대 송출 장비를 이걸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답은 아니라는 쪽입니다. 대신 지금까지 사람이 뛰어다니며 메우던 자리, 그러니까 시간 남았다고 손짓하고 다음 순서를 귓속말로 알려 주던 자리를 화면이 대신합니다.

앞으로의 방향
앞으로의 방향

정리하면

앱 설치와 인터넷 연결이라는 두 가지 전제를 빼 버린 게 이 도구의 성격을 거의 다 설명합니다. 리허설을 한 번 돌려 보면 손에 익을 만큼 단순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회사 쪽 설명을 따라가 보면 결국 같은 말이 반복됩니다. 현장에서 막혔던 걸 하나씩 지워 왔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더 넣는 쪽이 아니라 빼는 쪽으로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 기능을 앞세우지 않는 소개는 흔치 않아서 오히려 기억에 남았습니다. 파는 곳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펀트컴퍼니」였고, 더 알아볼 게 있으면 카카오톡 채널 쪽이 빠르다고 합니다.

마무리 — 연단에 오르지 않고 태블릿 하나로
마무리 — 연단에 오르지 않고 태블릿 하나로

이 도구가 궁금하시면

WPMS ver26 —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 (윈도우용)

  • 문의: 카카오톡 채널 「펀트컴퍼니」 · funt_compan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