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현장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들여다봤는데, 정작 제일 강조하는 게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본 행사 전에 리허설을 한 번 돌려 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앱도 안 깔고 인터넷도 안 쓴다는 도구입니다. (설치할 때 정품 인증 1회만 인터넷에 연결하면, 그 뒤 발표 진행에는 필요 없습니다) 그런 도구가 왜 굳이 예행연습을 앞세우나 싶었는데, 이유를 듣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행사 리허설 체크리스트 — 본 행사 전 확인할 6가지를 적은 슬라이드
행사 리허설 체크리스트 — 본 행사 전 확인할 6가지를 적은 슬라이드

변수는 장비가 아니라 장소라더라

프로그램과 태블릿은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움직입니다. 매번 바뀌는 쪽은 그날 들어가는 건물입니다. 공유기가 어떻게 설정돼 있는지 다르고,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다르고, 자리가 사람으로 꽉 찼을 때 전파가 어떻게 되는지가 또 다릅니다. 사무실에서 잘 됐다고 강당에서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리허설의 목적이 '되나 안 되나' 확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디서 걸리는지 미리 찾아내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되는 걸 확인하러 가면 되는 것만 보고 오지만, 안 되는 데를 찾으러 가면 고칠 거리가 나옵니다.

접속이 안 될 때
접속이 안 될 때

확인할 건 딱 여섯 가지

확인할 것왜 보는가
태블릿마다 빠짐없이 접속이 되는가공유기에서 AP 격리가 켜져 있으면 주소를 넣어도 안 열림
관리자에서 고른 화면이 바로 바뀌는가당일에 반영이 밀리면 손쓸 방법이 없음
라이브 영상이 뜨는가처음 한 번은 5~15초를 기다려야 함
이동 버튼을 누르면 앞 화면이 넘어가는가버튼과 슬라이드쇼가 따로 놀면 무대에서 곤란
두 번째 슬라이드에서 시계가 저절로 도는가시작 시각을 사람이 누르지 않아도 되게
관리자 창을 쓸 모양대로 벌려 뒀는가본 행사에서 창 정리부터 시작하면 늦음

여섯 줄이 전부입니다. 외울 만한 분량이라 오히려 안 빠뜨리게 되는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목록이 길어지면 결국 끝까지 안 보게 되는데, 이건 그럴 일이 없어 보입니다.

AP 격리라는 게 걸림돌이더라

여섯 개 중에 실제로 사고를 내는 건 대개 첫 줄이라고 합니다. 공유기에는 같은 와이파이에 붙은 기기끼리 서로 못 보게 막아 두는 설정이 있는데, 이게 켜져 있으면 태블릿이 인터넷은 되면서 발표 노트북만 못 찾습니다. 화면에는 그냥 안 열린다고만 나오니, 모르고 보면 프로그램 탓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건물에 원래 깔려 있던 공유기일수록 이 설정이 켜진 채로 오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손님용 와이파이는 서로 못 보게 막아 두는 쪽이 기본에 가까우니 그럴 만합니다. 전날 태블릿 한 대만 열어 봐도 걸러지는 항목인데, 당일 아침에 발견하면 공유기 관리 화면 주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시점에는 이미 사람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이브는 미리 한 번 켜 두는 게 요령

순서를 굳이 앞당겨야 할 항목이 있다면 라이브라고 합니다. 처음 켤 때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압축할지 정하는 절차가 한 번 지나가는데, 여기에 5~15초가 듭니다. 두 번째부터는 이 절차가 없으니, 그 한 번을 전날에 써 버리면 당일에는 켜자마자 화면이 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본 행사 도중에 십여 초를 기다리는 것과 전날 미리 그 십여 초를 쓰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지는 따질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네트워크 준비 체크리스트
네트워크 준비 체크리스트

발표 자료를 이미지로 바꿔 두는 작업도 리허설 전에 끝내 두라는 안내가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직전에 몰아서 하면 그만큼 여유가 줄어드니, 미리 할 수 있는 건 미리 해 두자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슬라이드 이미지 변환은 미리
슬라이드 이미지 변환은 미리

종이에 뽑아서 지워 가며

체크리스트를 화면으로 보지 말고 인쇄해서 하나씩 지워 가라는 팁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확인하는 도중에 누가 계속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에 맡기면 꼭 하나를 빠뜨리게 된다는 겁니다. 별것 아닌 조언 같은데, 여섯 줄짜리 목록이라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았습니다.

정리하면

노트북 한 대, 공유기 한 대, 태블릿 몇 대. 준비물이 이게 전부라 리허설도 크게 벌일 일이 아닙니다. 태블릿에 뭘 깔지 않고 주소만 넣어 여는 방식이라, 기기 수가 늘어도 볼 항목이 같이 늘지는 않습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확인할 목록은 똑같고, 그 목록도 여섯 줄뿐입니다.

들이는 시간을 따져 보면 계산이 더 단순해집니다. 전날에 여섯 줄을 훑다가 하나가 걸리면 그 자리에서 고치면 그만이지만, 당일 아침에 같은 줄이 걸리면 고칠 시간이 없습니다. 확인에 드는 시간은 양쪽이 비슷한데 고칠 시간만 한쪽에 있는 셈이라, 미리 한 번 내는 쪽이 나은 거래로 보였습니다.

마무리 — 연단에 오르지 않고 태블릿 하나로
마무리 — 연단에 오르지 않고 태블릿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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