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분은 아실 겁니다. 첫 세션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 뒤로 갈수록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발표 하나가 시간을 넘기는 건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발표가 촘촘히 이어지는 자리라 한 명이 밀리면 그게 그대로 전체로 번집니다.

이걸 스태프가 종이 쪽지 들고 무대 옆에서 흔드는 방식 말고, 화면으로 잡는 방법이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학회 세션 시간 관리 — 좌장·발표자·진행요원·운영석에 각각 무엇을 띄우는지 정리한 슬라이드
학회 세션 시간 관리 — 좌장·발표자·진행요원·운영석에 각각 무엇을 띄우는지 정리한 슬라이드

좌장 자리는 원래 손이 모자란다

좌장은 앉아만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발표 순서 챙기고, 질의응답 받고, 다음 연자 준비시키고 — 여기에 시간까지 재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제일 먼저 무너지는 게 시간 관리입니다.

확인해보니 WPMS라는 프로그램은 좌장 앞 태블릿 한 대에 발표자 노트와 다음 차례, 그리고 남은 시간을 같이 올려 준다고 합니다. 숫자가 눈앞에 계속 떠 있으니 발표가 밀리는 게 바로 보이고, 그러면 질의를 조금 짧게 받는 식으로 티 나지 않게 손볼 수 있는 셈입니다. 스태프가 무대 옆에서 신호를 보내는 그 장면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겁니다.

사고가 나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학회에서 자주 나는 3대 사고
학회에서 자주 나는 3대 사고

찾아보니 학회 진행자들이 겪는 사고는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넘기는 것, 발표자가 노트를 잃어버리는 것, 슬라이드가 엉뚱하게 넘어가는 것. 크게 이 세 갈래에서 거의 다 나옵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셋 다 무대 위에서 터지고, 터진 뒤에는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비도 무대 위가 아니라 진행석 쪽에서 미리 걸어 두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 말한 진행석 화면이 결국 그 자리입니다.

자리마다 보이는 화면이 다르다

재미있는 건 모든 태블릿에 같은 화면이 뜨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리마다 필요한 게 다르니 화면도 따로 지정한다고 합니다.

역할마다 다른 화면
역할마다 다른 화면
자리태블릿에 뜨는 것
좌장·간사 진행석남은 시간 · 발표자 노트 · 다음 순서
연자석발표자 노트 · 타이머
운영석전 기기 상태를 보는 관리자 화면

연자석 태블릿은 무대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둔다고 합니다. 발표에 집중하면서 흘끗 시간만 확인하는 용도인 셈입니다. 고개를 들어 뒷벽 시계를 찾는 그 동작이 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세션이 여러 개면 방마다 한 세트

큰 학회는 같은 시간에 여러 방에서 세션이 나란히 돌아갑니다. 이럴 때는 방 하나에 노트북과 공유기를 한 세트씩 따로 넣고 각자 돌리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바깥 인터넷을 타는 게 아니라 그 방 공유기 안에서만 신호가 오가는 구조라, 옆 방과 섞일 일이 없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준비물이 방당 노트북 1대, 공유기 1대, 태블릿 몇 대가 전부입니다. 태블릿에 앱을 따로 깔 필요도 없고 브라우저로 접속한다고 하니, 학회장 인터넷이 느려 터져도 상관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대관한 공간의 인터넷 사정을 미리 확인하러 갈 일이 하나 줄어드는 겁니다.

세션 규모가 크든 작든 준비물이 같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발표자가 몇 명 안 되는 소규모 세션이든 하루 종일 이어지는 큰 세션이든, 방 하나에 들어가는 구성은 똑같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태블릿만 늘리면 되는 셈입니다.

학회 현장 운영석 전체
학회 현장 운영석 전체

운영석에서는 태블릿이 전부 보인다

관리자 화면으로 전 기기 상태 확인
관리자 화면으로 전 기기 상태 확인

운영석 노트북에서는 관리자 화면이라는 걸 따로 띄운다고 합니다. 붙어 있는 기기가 지금 몇 대인지, 태블릿 각각이 무엇을 보여 주고 있는지가 한자리에 목록으로 뜬다는 겁니다.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태블릿이 여러 자리에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한 대가 꺼졌는지 아닌지 눈으로 확인하려면 자리마다 걸어가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목록 하나로 보이면 그 걸음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세션 사이엔 타이머를 통째로 끈다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건 이 부분입니다. 세션 하나가 끝나고 다음 순서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 비어 있는 동안 모든 기기의 타이머를 한 번에 꺼 둘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쉬어야 할 시간에 태블릿마다 숫자가 째깍째깍 넘어가고 있으면 지나가다 눈만 마주쳐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쓸 때만 켜고 안 쓸 때는 꺼 두는 게 맞습니다.

세션 사이엔 타이머 전체 OFF
세션 사이엔 타이머 전체 OFF

정리하면

학회 진행이 어려운 이유는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몇 분 남았는지를 세는 일이 전부 사람 머릿속에서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걸 화면으로 꺼내 놓으니 좌장도 연자도 각자 자기 앞의 화면만 보면 되는 구조가 됩니다.

리허설 한 번 돌려 보면 대충 손에 익는다고 하니, 다음 학회 준비하실 때 한 번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도구가 궁금하시면

WPMS ver26 — 무선 발표 관리 시스템 (윈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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