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대의 기기를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대개 화면 구성이 정해져 있습니다. 몇 칸으로 나눌지, 어느 자리에 무엇이 들어갈지를 만든 쪽에서 미리 박아 두는 식입니다. 그런데 WPMS는 그 부분을 쓰는 사람 쪽에 넘겨 뒀더군요. 관리자 화면을 직접 끌어다 놓고, 그 모양이 그대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끌어서 옮기고, 늘리고, 순서까지
바뀌는 항목이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화면을 몇 칸으로 나눌지(분할 수), 각 칸을 얼마나 크게 볼지(칸 크기), 어느 카드를 어디에 둘지(카드 위치), 패널을 어떤 순서로 늘어놓을지 — 이 네 가지를 전부 드래그로 조절합니다. 설정 창에 들어가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우스로 끌어다 놓으면 그 자리에 붙는 방식인 셈입니다.
쓰는 요령도 단순했습니다. 지금 실제로 나가고 있는 기기는 크게 띄우고, 나머지는 작게 줄여 두면 됩니다. 중요한 것만 눈에 크게 들어오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설정 화면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은근히 큽니다. 행사가 돌아가는 중에 화면을 손봐야 할 일이 생기면 메뉴를 찾아 들어갔다 나오는 그 몇 초가 부담인데, 여기서는 그 과정이 통째로 빠집니다. 지금 눈앞에 떠 있는 카드를 그 자리에서 잡아 옮기면 끝입니다. 배치를 바꾸는 일이 '설정'이 아니라 '조작'이 되는 셈입니다.

크게 하나만 볼 때가 따로 있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그림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한 대만 뚫어지게 봐야 할 때가 있고, 전체를 훑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 맞춰 화면을 짜 두면 나머지 한쪽이 반드시 불편해집니다.
이렇게 열어 뒀다고 화면 전체가 백지인 건 아니었습니다. 큰 틀은 정해져 있습니다. 왼쪽은 무엇을 할지 고르는 제어 쪽, 오른쪽은 각 기기가 지금 어떤지 보여 주는 화면 쪽입니다. 이 골격은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칸을 어떻게 나눌지만 쓰는 사람에게 넘긴 구조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배치를 바꿔도 화면이 통째로 낯설어지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추려 보면 이런 식으로 갈립니다.
| 이런 상황 | 이렇게 배치 |
|---|---|
| 한 대만 집중해서 지켜볼 때 | 1기기 집중 보기 |
| 두 화면을 나란히 대조할 때 | 2분할 |
| 여러 기기를 두루 훑을 때 | 3분할 이상 |
한 화면에 몇 대까지가 편한가
무작정 다 띄운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합니다. 모니터링 카드를 한 화면에 몇 개까지 두는 게 좋은지 권장 범위가 따로 있었는데, 여섯 대에서 아홉 대까지가 그 구간이었습니다. 그 위로 올라가면 칸을 더 잘게 쪼개기보다 분할 자체를 늘리라는 쪽이더군요.
프로그램이 대수를 강제로 막지는 않았습니다. 넣으려면 더 넣을 수 있는데, 넣지 말라고 권하는 형태입니다. 칸이 좁아질수록 정작 확인해야 할 내용이 뭉개져서 띄워 놓고도 못 보는 상황이 되니, 이 권장선은 지켜서 손해 볼 게 없어 보였습니다.

이 화면을 보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배치를 왜 이렇게까지 열어 뒀나 싶었는데, 이 화면의 용도를 알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객석에서는 이 화면을 볼 일이 아예 없습니다. 앞쪽 큰 스크린은 기존 영상 장비가 계속 책임지고, 여기서 다루는 화면은 무대 뒤 운영석에 앉은 사람 몫입니다.
그런데 그 운영석에 딸린 기기는 한둘이 아닙니다. 사회자, 통역, 수어, 음향까지 각자 봐야 할 화면이 다르고, 관리자는 그 기기들이 지금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한 화면에서 확인합니다. 보는 사람은 한 명인데 챙길 대상은 여럿이니, 그 한 명이 편한 모양으로 짜게 두는 편이 맞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기기 카드에는 화면만 뜨는 게 아니라 그 기기의 신호 세기도 같이 표시됩니다. 그래서 배치를 잡을 때 칸이 예쁘게 나뉘는 쪽보다, 신경 쓰이는 기기가 먼저 눈에 걸리는 쪽으로 두는 게 실속 있어 보였습니다. 자리를 정하는 일이 곧 무엇을 먼저 볼지 정하는 일이 되는 셈입니다.

다시 잡을 일이 없는 이유
이 기능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은 배치를 바꾸는 것보다 저장되는 쪽이었습니다. 한 번 잡아 둔 구성이 브라우저에 저장돼서, 창을 닫았다 다시 접속해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미리 맞춰 둔 모양이 행사 당일 아침에도 그대로 떠 있습니다. 정신없는 행사 당일에 화면부터 다시 만드는 일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보다, 바꾼 걸 기억한다는 쪽이 실제로는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저장이 붙지 않았다면 이 자유도는 오히려 짐이 됐을 겁니다. 행사 때마다 화면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누가 정해 준 고정 배치를 쓰는 편이 마음 편할 테니까요. 바꿀 수 있게 만든 쪽과 기억하게 만든 쪽이 짝을 이뤄야 의미가 생기는 기능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앱을 따로 깔지 않고 브라우저로 접속해 쓰는 프로그램이라, 이 배치도 결국 브라우저 안에 남습니다. 바깥 인터넷에 붙지 않고 행사장 공유기 안에서만 도는 방식인데도 저장은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기억이 남는 범위도 딱 그 브라우저까지입니다. 진행석 장비가 늘 고정된 곳이라면 신경 쓸 일이 없지만, 행사마다 다른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는 자리라면 처음 한 번은 새로 잡아야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능 자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매번 똑같은 준비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쪽이라, 실제로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체감이 큰 부분일 듯합니다.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서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기능 개수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로 배워야 할 게 없는 쪽이 오히려 손이 갑니다. 바꾸는 방법을 끌어다 놓는 동작 하나로 통일해 둔 것도, 처음 써 보는 사람이 리허설 한 번이면 익힐 수 있게 하려는 계산으로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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