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명에서 0.95명, 반등인가 반짝인가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 숫자만 보면 다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었던 그 시절이다. 그런데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2025년 0.8명, 올해 1분기엔 0.95명까지 올라왔다. 반가운 신호이긴 한데, 여기서 의견이 갈린다. 누군가는 “드디어 인구 대전환의 시작”이라 하고, 누군가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에코붐 세대)이 그 나이대에 몰려 있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 본다.
지난 2월 취임한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운 입장이다. 그는 협회가 진행한 국민인구행태조사에서 미혼·기혼 남녀 모두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2년 연속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 아이 하나 낳을 사람이 둘, 셋도 고려하게 되니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이 시기에 정책을 어떻게 펴느냐”가 관건이라는 단서도 붙였다.
결국 문제는 돈, 그리고 시간
최근 반등을 이끈 건 30대 후반, 중위 소득 이상 직장가입자였다는 분석이 있다. 김 회장도 한국 저출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주거 문제를 꼽는다. 다른 나라는 개인주의 성향이나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만, 한국은 유독 경제적 조건 — 특히 집 문제 — 이 크다는 진단이다.
일자리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에 들어간 사람일수록 출산을 결심하기 쉽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다만 그는 정년연장과 청년 일자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규직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정규직으로 남는 구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세대별로 자연스럽게 재배치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아이디어로는 재택근로청구권도 언급했다. 생산성만 유지되면 근무 장소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런던에서 만난 인구학자 에밀리 그런디 교수는 “한국이 망했다”는 일부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출산 연령도 늦어지고 있어, 지금 지표에 다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민자 가정에서 출산이 느는 현상도 있어,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숫자 하나로 “망했다” “살았다” 단정 짓기보다, 지금 이 흐름을 어떻게 다듬어가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