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 끊었을 뿐인데

전쟁이 꼭 총성으로만 시작되는 건 아니다. 요즘 크림반도에서 벌어지는 일은 '드론 몇 대가 인프라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에 가깝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점령지를 잇는 주요 교량과 철도, 도로를 드론으로 반복 타격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병참로인 R-280 고속도로는 하도 자주 공습을 받아 '죽음의 도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연료 저장시설, 항만, 변전소, 화력발전소까지 타격 대상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크림은 드론으로 고립되고 있다. 머지않아 반도가 섬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실제 상황을 보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일상이 흔들리는 반도

전기가 끊기고 물은 하루 한 시간만 나온다. 상점들은 현금만 받거나 아예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이 멈춰 현금인출기 하나 찾으려 먼 길을 걸어야 하는 주민도 있다. 검문소엔 최대 15km에 달하는 차량 행렬이 생겼고, 연료가 부족해지자 개인 간 암거래 가격이 갤런당 25달러까지 치솟았다.

관광산업도 타격이 크다. 지난해 수백만 명이 찾던 휴양지였지만, 올해는 호텔 예약의 상당수가 취소되며 한산해졌다. '푸틴의 자랑'이었던 크림반도가 이제는 관리하기 버거운 구역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4년 병합 직후 80%대를 넘었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번 조사에서는 60%대까지 내려왔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군사적 효과 못지않게, 러시아 내부의 심리적 균열을 노리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보인다.

다만 이 기술 우위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도 대응 기술을 빠르게 개발 중이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즈백 한 줄 정리

상징이었던 땅이 부담이 되는 순간, 전쟁의 무게중심도 조용히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