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이 바꾼 동탄의 풍경과 ‘셔세권’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자, 이들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 화성 동탄 일대의 풍경도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통근 셔틀버스 이용이 편리한 아파트를 뜻하는 ‘셔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직장 접근성이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동탄역 인근의 한 아파트는 한 해 상반기 동안 16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매매가가 뛰어올랐고,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매물을 다시 내놓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지역 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5% 늘고 명품 시계와 보석 등 고가 상품 매출이 45% 증가하는 등 소비 시장 역시 성과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입니다.

같은 회사, 다른 사업부… 성과급 격차 100배의 그늘

막대한 성과급은 기업 내부에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도입 등을 두고 노사 간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어진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사업부별 격차가 커지며 내부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과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성과급 차이가 최대 100배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직급으로 일하더라도 소속된 사업부에 따라 보상 규모가 극단적으로 갈리게 된 것입니다. 회사 측은 실적에 따른 보상 원칙을 강조하지만, 특정 사업부에만 보상이 집중된다고 느끼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업무 의욕 저하나 이직 고민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확산하는 영업이익 연동 요구와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는 현대중공업, 카카오 등 다른 주요 기업으로도 퍼져나가는 추세입니다. 실적이 대폭 개선되었다면 그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 노사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협력업체 직원이나 공무원, 중소기업 근로자,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구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가 10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억대 성과급 소식은 소득 양극화와 가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