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보다 '장르빨'인 시대
2026년 상반기 안방극장을 돌아보면, 흥행 공식이 확실히 바뀌었다. 예전엔 누가 나오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요즘은 '어떤 이야기냐'가 먼저다. 로맨틱 코미디 '유미의 세포들3', 액션 '참교육', 판타지 '취사병 전설이 되다', 법정물 '판사 오해영', 공포물 '기리고', 오피스 막장물 '신입사원 강회장'까지—장르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공통점은 대부분 웹툰·웹소설이 원작이라는 것. 이미 재미가 검증된 이야기를 가져와 리스크를 줄이면서, 동시에 각 플랫폼이 색다른 장르로 승부를 걸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성이 생겼다. 여기에 OTT 간 오리지널 경쟁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스타 파워보다 소재의 신선함과 완성도가 흥행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시청 습관도 한몫했다. 현실의 답답함을 대신 풀어주는 '사이다 서사'에 열광하는 동시에, 별생각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B급 코미디류도 인기를 끌었다. '참교육'이 통쾌한 응징 서사로, '취사병'이 직관적인 웃음 코드로 각각 다른 방식의 사랑을 받은 게 그 증거다. 특히 '취사병'은 극중 가상 아이돌 '미각보이즈'를 실제 음악방송에 세우는 파격 마케팅으로 화제성까지 챙겼다.
물론 모두가 웃은 건 아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기대에 못 미친 완성도와 이후 논란 대응까지 겹치며 '문제적 화제작'으로 남았다.
시청률 아래 숨어 있던 진짜 웰메이드들
숫자로는 다 설명 안 되는 작품들도 많았다. 신혜선 주연의 '레이디 두아'는 배우의 힘과 탄탄한 극본으로 입소문을, 실화 기반의 '허수아비'는 이야기·연출·연기가 고르게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용두용미'라는 평을 얻었다.
단막극 '맨 끝줄 소년'은 짧지만 여운이 긴 작품으로, 다 보고 난 뒤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는 평가다. 제목부터 독특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시청률은 낮았지만 구교환·오정세·박해준의 합으로 인간 내면의 결핍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속 신앙과 스마트폰 앱을 결합한 오컬트 스릴러 '기리고'도 한국적 정서를 살린 세계관으로 K-호러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꼽혔다.
스타 한 명이 캐리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 K-드라마는 장르와 서사 자체의 힘으로 승부하는 중이다.



